#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 말을 듣고 일어났다가 힘이 없어 물건을 계속 떨어뜨렸다. 비오는데 우산을 어떻게 들고 기숙사까지 걸어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점심조차 먹을 수가 없었다.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버렸다. 그리곤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버렸다.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는 학업 얘기며 별다른 태클을 걸지 않는다는 약속하에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아님 바로 돌아가주는 게 예의일 듯.
조준호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이야기한 모든 게 충격이었다. 어쩌면 이 순간이 내 대학생활을 바꿔놓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재수 때 이후로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한 적이 있냐 라는 질문에 난 내 자신에게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부끄러웠다. 창피했고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지금은 내가 왜 이 학교에 있고 어떤 목표 의식이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조차 모른다.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의대 진학을 포기한 채 입학한 대학교에서 난 뭘하고 싶었던 걸까. 사실 공부가 하고 싶었다. 그런 내게 왜 대학생활이 지금 이렇게까지 힘들고 어렵게 되어버렸을까.
대학교 1학년 1학기 초만 해도 아침 운동과 학업, 내 취미 생활 모든 걸 놓치지 않았다. 정말 그 한 달간은 누가봐도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을거다. 인간적으로는 살짝 문제가 있었는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서 한 번 풀어지고 나서는 노는게 좋았고 공부는 나와 뒷전이 됐다. 1학년 때 과탑을 한 것도 운이 좋았고 고등학교 덕택이었다. 그러니 남들보다 공부를 덜 해도 성적이 잘 나올 수 밖에. 2학년 들어서자마자 얘기는 달라진다. 공부를 안하니 처음으로 C라는 학점을 받았고 평점은 3.1까지 추락했다. 뭐가 잘났다고 무덤덤하더라. 내가 first였고 내가 최고가 될 줄 알았던 시기는 포기라는 단어와 함께 날 벼랑 끝으로 밀어냈다. 그래도 1학년 때는 연애라도 했다는 핑계를 두지만 2학년 1학기는 정말 자포자기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잉여인간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나마 방학 때 재충전을 통해 2학기는 조금은 공부를 했다. 사실 벼락치기 공부였기 때문에 남은 건 하나도 없지만 학점은 3.6으로 올릴 수 있었다. 조금만 해도 이 정도 나오네 라는 생각에 학업보다 학교 행사 일을 시작했다. 새준위가 끝나고 3학년 1학기가 내 전공 중에 얼마나 중요한 학기인지 알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자 마음 먹었었다. 총학 기획국장이란 자리는 발목을 잡았고 축준위라는 건 내 몸을 잡았고 난 학업을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젠 조금만 공부해서는 평균도 못 넘었다. 시험은 개판이었고 그렇다고 행사를 잘 한 것도 아니었다. 내 맘에 반도 못 채웠던 행사들. 그리고는 하기 싫다는 생각에 빠져 휴학이라는 두 글자만 생각했다. 도망칠 궁리만 하고 있었던 거다.
이제 학업을 챙길 때가 온거다. 교수님 말대로 자유를 얻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 하며 내가 살아가는 몇 안 되는 길 중 하나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며 하면 할 수 있다는 걸 다시금 느껴야 한다. 대학교 때 재수할 때보다 공부를 안 했다고 하면 나 자신에게도 얼마나 후회될 일이며 부끄러운 일인가. 마음을 굳게 먹자. 고시생이 됐다는 기분으로 한 번 달려보자. 무섭지만 두렵지만 어렵지만 이젠 피할 곳도 없고 더 피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