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

Episode 1 - 1장(1)

phychic 2005. 11. 4. 23:41
- 첫 번째 아침 -
 
(1)

무슨 소리가 들린다. 시끄럽다. 방 곳곳이 요란한 소리로 요동친다.

'삐 삐삐삐 삐삐 삐삐리삐삐삐..'

빌어먹을 놈의 시계가 또 울리고 있는 모양이다. 아. 일어나기 싫다. 이불 싸매고 굴러보지만 짜증만 난다. 저 놈의 시계가 빨리 하루를 시작하라고 채찍질이다. 제길. 억지로 손을 뻗어 알람을 끈다. 허물 벗은 구렁이처럼 이불 속에서 나와 매일 하던 것처럼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한다. 간단한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나면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2)

요즘 날씨는 지독히도 싫은 늦가을이다. 아침에는 겨울처럼 차갑다가도 낮에는 여름처럼 더운 날씨. 유난히도 추위를 참지 못하기에 점퍼를 저며 쥔 채 오들오들 떨어가며 아침 거리를 걷는다. 생각보다 이른 아침. 겨울이 되가니 아직도 거리는 어둑어둑하고 출근길에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은 웅크린 채 잰 걸음 중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건물이 들어서고 지하철이 다니고 무료신문이 나뒹굴지만 정감있는 이 거리는 변함없다. 이웃 사람들의 따뜻한 인사와 밝은 웃음. 기분 좋은 하루 시작이다. 언제나 그랬듯 흥얼흥얼 대중가요를 주절거린다. 몸은 템포에 맞춰 한 번씩 흔들면서.

(3)

아직은 눈이 내리지 않았다. 커플들이야 눈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릴테지만 솔로인 내게 눈은 걸어다니기 불편을 주는 성가신 존재며, 교통대란을 일으키는 몹쓸 존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