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돌아오면서

phychic 2005. 4. 10. 04:23
목요일 오후

짐을 싸 들고서 집으로 상경했다.

가족들이 있는 그 곳.

어머니께서 직접 해 주시는 음식을 먹고

내 방에서 잠을 자고

내 책상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베란다에서 가까운 산을 바라보기도 했고

거실에 앉아서 TV를 보기도 했다.

외출해서 책을 보기도 했고

예약한 기차표를 미리 끊기도 했다.

부모님 잔심부름도 했고

운동화를 사러 가기도 했다.



그런데

돌아오면서

막상 돌아오면서

뭔가 잘못 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편안해야 하고 내 쉴 곳이어야 하는 가족의 품인데

처음으로 낯설고 부담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모두에게서 낯선 눈길을 받았다.

꽃들은 이곳저곳에서 만발하며 뽐내고 있는데

기숙사로 돌아오는 나는

오히려 주눅이 들어버렸다.



썩어버린 내 정신상태부터가 문제다.

그 글도 날 힘들게 한다.

역시 내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