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가지 생각들

쉰넷 - 2000원짜리 식사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3. 26. 22:53
# 서울 어느 곳에서도 2000원으로 식사를 하려면 컵라면, 삼각 김밥, 한정된 분식류 등을 선택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식사 후 마시는 커피 한 잔도 2천원을 훌쩍 넘어가고 그 어느 곳에서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라면마저도 하나에 1000원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러다 라면이 2천원 하는 시대가 오면 초등학생 때 200원 주고 사 먹던 라면을 10배로 사야 하는 엄청난 물가를 겪어야만 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서울에는 2000원으로 배불리 먹을 수 없지만 지방 학교 구내 식당은 다르다.(학교 식당 말고도 꽤 인심 좋고 저렴하게 파는 곳도 많다. 하지만, 식재료 인상으로 인해 가격은 매년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20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본다.) 모든 지방 학교 식당이 싼 건 아니지만 아직 이 곳은 2000원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사실. 매 끼마다 반찬 종류도 다르고 밥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가끔 주요 반찬이 더 먹고 싶으면 식당 아주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더 먹을 수도 있다. 요즘 들어 이런 걸 2000원 내고 먹는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다.

사실, 처음 식당 밥은 엄청 평가 절하했었다. 맛도 없다고 느꼈고 맨날 반찬도 안 좋다고 핑계만 댔는데 문득 이걸 직접 만들어 먹는다고 생각해보니 수지가 안 맞더라. 밥 하나도 햇반 하나에 2000원 가까이 하는데 이건 가격으론 어디서도 상대가 안된다. 그리고 집에서 밥을 지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매 식사마다 반찬 종류를 바꾼다는 건 생활비 지출에 크나큰 타격인데 이런 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다. 거기다 정신적으로 오늘은 뭘 해먹지 고민하는 것도 은근 스트레스인데 알아서 다 주니 일석이조 아닌가. 뭐 가끔 별식 먹고 싶으면 식당 밥 안 먹으면 되는 거고.

덕분에 오늘도 2000원으로 아주 행복한 식사를 했다. 물론 집에서 어머니나 누나가 해주는 그런 찰지고 입에 착 달라붙는 식사는 아니지만 그 분들도 좋은 음식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영양사 분들도 균형 잡힌 식사와 식단 짜는데 수고하셨을 거라 생각하면 그저 그렇던 밥도 꿀맛으로 다가온다. 나 같은 생각하면서 밥 먹는 사람이 있을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