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

# 작년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된 소설 원작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 우리 나라에서 단 두 곳에서 개봉을 했다. 하긴, 내용 자체가 큰 감동을 준다거나 스펙타클한 것이 없기 때문에 흥행에는 미련을 가지면 안 되긴 하다. 영화보다 책이 주는 감동이 더 깊고 따스하고 좋아서 이번에도 책을 먼저 선택했다. 읽기 전 내 룸메이트가 1년 전 읽고 책이 좋다며 칭찬한 책이었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었다.

박사와 파출부인 나, 나의 아들 루트. 이 세 사람이 한 집에 만나 살아가면서 일상을 수학이라는 약간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설. 과학고에 공대생인 내게 수학이란 도구로 일상을 의미있게 풀이하는 박사의 모습이 멋져보였다. 8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박사지만 메모에 의지하면서 하루하루를 그만의 생활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 박사만이 가진 숫자에 좋은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과 함께 나와 아들이 숫자의 아름다움을 깨달아가고 서로를 보듬어주는 모습들이 잔잔하게 묻어나오면서 나도 그들을 따라 자연스레 감탄을 했다.

우애수, 완전수, 소수, 삼각수. 고등학교 때 한 번쯤 배웠던 것들이라 낯설지 않은 수들. 불현듯 내 친구가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4자리 완전수로 했었다는 게 기억이 났다. 난 우애수가 좋다. 보기에는 분명 다른 수지만 그 하나 하나를 따져 합했을 때 서로를 가리키는 멋진 수. 수에서도 인연이 있다면 이런 수가 인연이자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온기가 느껴졌다. 책을 읽는 내내 그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학교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도 책을 놓지 못했다. 처음이었다. 버스 안에서 책을 읽으면 몸 상태가 안 좋아지곤 해서 금방 포기했는데 보고 싶은 의지가 강했던 탓일까. 덕분에 하루가 즐겁다. 내 따스한 마음으로 세상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한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