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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tune Cookie. 잘 모르는 그룹이다. 무엇을 노래하는 그룹인지도 몰랐고 별 관심도 없었던 것 같다. 렛츠 리뷰를 통해서 그들이 일렉트로닉을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처음으로 제대로 된 관심을 보였었다. 2인 혼성 그룹. 2인은 아니지만 2명이서 활동하는 클래지콰나 허밍어반스테레오, 캐스커 등을 생각하면 마냥 기대를 하게 된다. 워낙 몽환적인 색채를 좋아하기도 하고 일렉트로닉이란 음악 자체가 굉장히 모던적이면서도 재밌는 장르여서 어떤 곡을 들어도 더 신경이 간다.

Fortune Cookie. 2001년 처음 그룹을 결성하고 2004년 '행운의 시작'이라는 앨범으로 1집을 선보였다. 총 13곡으로 무장한 1집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자미로콰이 같은 일렉트로닉을 추구하지 않는다. 산뜻한 어쿠스틱도 가미되고 허밍어반스테레오에서 느꼈던 보컬의 따스함 사이에 절묘한 하우스 느낌들이 녹아있다. '헛소동' 같은 노래에서는 락 스타일도 보여주고 같은 일렉이라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앨범이다. 따뜻함과 건조함, 차가움의 경계를 드나드는 보컬 '홍보람'의 목소리가 내 감성을 자극한다. 개인적으로 '시에스타'라는 곡을 추천한다.

(그러고보니 이 그룹을 처음 접한 건, Dj soulscape가 발매했던 Lovers라는 앨범이었다. 'Wonderful'이라는 곡에서 한껏 온화함과 상냥함을 뿜어주는 그녀의 목소리가 바로 이거였구나 생각하니 고개가 절로 끄덕인다.)

올해 6월에 선보인 Fortune Cookie의 2집 '흰 코끼리 같은 언덕'은 음악적으로 변화가 있다. 1집에서는 좀 더 듣기 편안한 멜로디로 시작했다면 2집은 약간 더 어두운 그루브를 내면서 독특한 멜로디를 들려준다. (이상하게도 일렉트로닉을 하는 그룹들은 1집과 2집의 색채가 대부분 크게 달라지는데 음악적으로 성숙하는 단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많은 대중들을 어필하기에는 어렵긴 하지만 충분히 인정해 줄 가치가 있다.) 그래도 1집의 느낌과 제일 흡사한 '일요일 아침'이라는 곡은 1집의 느낌을 기다렸던 팬들에겐 위안이 되는 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Track List

1. Fortune Cookie
2. 일요일 아침
3. Moon And Melody (feat. 각 나그네)
4. Lonely Hearts Club
5. 몽유도원가 夢遊桃源歌
6. 흰 코끼리 같은 언덕 Hills Like White Elephants
7. Winter Story
8. 춘가 春歌
9. Come And Meet My Frequency

여행 후에 느낀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려 했던 2집은 단지 가수가 아닌 아티스트적인 느낌이 든다. 몇 번을 들어도 이런 느낌을 벗어날 수가 없는데 아마 예상하는 멜로디가 이어지지 않는다거나 특이한 효과음을 통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그려내기 때문인 듯 보인다. 캔버스에 맨날 그리던 풍경화가 아닌 추상화를 시도한다는 느낌 때문에 묘한 중독성이 생긴다. 그들이 여행하며 듣던 그 나라의 특징적인 노래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다. ('몽유도원가') 그럼에도 본인이 어둔 분위기를 싫어하는 탓에 1집의 노래를 더 선호하며 2집의 9곡 중 반 정도는 1집의 느낌을 살려주면 더 좋았을 거라는 혼자만의 미련도 남는다.

렛츠 리뷰 덕분에 또 하나의 일렉트로닉 그룹을 알았고 이 그룹도 다른 그룹과는 다른 차별성을 지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냥 보컬이 노래 부르고 DJ가 믹싱하고 코러스 넣는다고 다 일렉트로닉이 될 순 없다. 노래를 통해 그들만의 색을, 혼을 불어넣을 때 노래와 함께 자라나는 것이다. Fortune Cookie. 다음에 시도하는 노래는 또 어떤 충격으로 다가올지 기대가 된다. (1집은 무조건 사시라고 강추 백 번 날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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