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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없다. 벌써 막중한 책임을 맡았음에도 한 발짝 전진조차 못했다. 마음 속으로 징징댄다. 이젠 받아주다 못해 화가 날 정도로 바보처럼 움츠러져 있다. 몸이 움직여주질 않는다. 뒤돌아서면 아무 것도 없는데 발은 뒤로만 가려한다. 차라리 사춘기 소년이 됐으면 싶다. 그러려니 이해해주는 그런 시기처럼. 계단을 한없이 걷는데 끝이 보이질 않는다. 잘못 온 거 같아 다시 되돌아가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도 가지 못한다. 그 자리. 또 그 자리. 이젠 그만 걷고 싶은데 발걸음조차 떨어지지 않는데 여전히 끝은 없다. 내겐 이 한 걸음이 너무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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