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이 글을 읽기 전에 한 번 생각해주세요. 제 쓸데없는 생각들은 굳이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큰 도움이 되지 않을테고 시간낭비마저 될 지도 모릅니다. 내용이 길어 그냥 뒤로가기를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주세요. 두서도 없을 거구요, 재미도 더럽게도 없을 거에요. 와주신 것만으로 감사합니다.

수백가지의 생각들

# 어제 자정까지 제출해야 했던 보고서를 뒤로 한 채 전화를 했다. 아무 내용 없지만 통화하면 기분 좋은 전화. 도중에 전화가 꺼져버려 황당했다. 내 탓인지 네 탓인지 아님 휴대폰 탓인지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 수백개의 일기를 한 번에 읽으면서 나 또한 한 번에 수백가지의 생각들을 했다. 공부에 친구에 가족에.. 수많은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날 반성하고 자조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 이제 23살이란다. 정말 완성해 놓은 게 하나도 없다. 겨우 변화라는 걸 가져 지난학기부터 달라진 내 모습을 제외하고는 아니 이마저 기대 이하의 모습으로 내 가슴을 쿡쿡 찌른다. 뭐부터 이야기 해야 할까. 너무나도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있어서 얼른 꺼내놔야 내 머리도 써야 할 보고서에게도 미안하지 않을 듯 싶다.

하나. 난 글을 평상시에는 잘 쓰지 않는다. 생각보다 글을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단지 내 자신 만족을 위해서도 난 글을 몇 번이고 수정하는 타입이며 그만큼 글 자체가 가져다 주는 느낌과 영향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다. 그렇게 되다 보니 기분이 좋거나 우울해져 잘 수정하지 않을 상황에 처했을 때 블로그에 글이 넘친다. 아까도 글을 쓰다 지워 버렸다.

둘. 난 아직도 비밀글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 내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은 두 곳이다. 이 블로그와 하나는 학교 동창회에서 지원해주는 내 개인게시판. 그러나 후자는 전자를 만드면서 버려지다 시피 했다. 뭐 가끔 동문들에게 안부 묻는데 사용을 하기도 하지만 역시 내 마음을 푸는 곳은 이 곳 만큼 좋은 곳이 없다. 원래는 이 블로그가 처음이 아니다. 여기에 자주 들어오는 정말 몇 안 되는 사람들만이 아는 얘기다. 그 블로그를 왠만하면 지우지 않으려 했는데 기억하기 싫을 정도로 안 좋은 일로 인해 블로그를 죄다 이전시켜 버렸다. 그리고, 이 블로그를 만들면서 약속을 했다. 비밀글은 쓰지 않기로. 그래서 생각보다 거침없는 느낌들이 마구마구 적힐 때가 있다. 특히 술 먹고 컴퓨터에 앉아서 글을 쓸 때면 일어나서 황급히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할 정도로 말이다. 어찌됐든 난 이 블로그를 끝까지 비밀글이 없는 공간으로 만들려 한다. 조금이나마 내게 힘이 되주고 도움이 되주는 이들에게 숨기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그건 조심스럽게 마음에 담아두는 게 오히려 낫다는 게 내 지론이기도 하다.

셋. 성격. 이 놈의 성격. 참으로 변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많이 변해서 곧잘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아는 척도 하고 그러지만 변하기 전에는 정말 답답했다. 어느 정도로 심했으면 같은 분반 놈들이 변하고 난 뒤부터 사람 됐다고 할 정도였을까. 사실 마음 자체가 나쁘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럴 마음도 추호도 없고. 근데 거의 정신적으로 혼자서 키워진 나에게 모르는 사람들을 대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모른 척하고 무관심하고 무서운 척하고 다녔던 것 뿐이다. 이 때문에 정말 사람들한테 욕도 많이 먹었다. 잘난 거 하나 없는 놈이 재수없게 군다고 수군거리기도 했고 좋고 싫음이 분명했던 나에게 항상 적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지금도 잘 지독히도 싫어하는 분이 있는 걸로 알고 있고. 어쩌면 그렇게 외롭고 힘들고 모든 걸 혼자 해나가야 하는 처지라서 내 자신을 처절하게도 속박시킨 걸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세상이라면 어떻게든 나 혼자서 발버둥치려 할테니까. 이런 생각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존재했다. 친구나 부모님한테도 차마 말하지는 못했지만 나이에 맞지 않는 수많은 생각들을 하며 자라왔다.

정신적으로는 이렇게도 많은 생각들을 했지만 가족들에 보살핌에 둘러싸인 나에게 그들을 벗어나는 건 좀처럼 쉽지 않았다. 누나가 해 주는 식사에 빨래에 부모님께서 날 생각해주시는 마음이 당연한 것처럼만 생각했고 언제나 난 그들에게 짐이 됐다. 정말 어려웠다. 가족의 품에서 내 자신을 독립시킨다는 것, 하나의 또다른 객체로 인정받는다는 것. 이별, 헤어짐이라는 단어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거 같다. 나 자신을 이렇게 구속시키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모두에게 미안한 모습을 한 채 난 가족에게서 독립된 사람이 됐다. 그리고 독립한 채 가족 관계를 모두 회복시켰으며 그러면서 내 자신 또한 한층 성숙해졌다. 좀 더 남을 이해하려 하되, 원치 않는 깊은 것까지 심려치 않고, 쓸데없는 잡생각 따위 집어치우고, 편히 생각하고 내가 한 행동에 책임지고 원하는 데로 사는 것으로서 말이다.

넷. 사랑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이해다. how to love에서부터 온갖 사랑 얘기를 할 때마다 생각하며 말하는 것이 이해다. 사랑의 과정은 절대로 이 사람이 이랬으면 좋겠다로 시작하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을 가진다면 분명 실망하게 될거고 가슴 아프고 마음 졸이다 좋지 못한 상황에 이르는 게 다반수다. 그래서 난 다음 사랑부터는 아니 이번 사랑부터는 꼭 이렇게 해보고 싶다. 이해. 나도 사람인지라 그 사람이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라는 기대가 없을 리 없지만 그건 충족될 때마다 더 큰 욕심으로 되돌아 올거라 생각한다. 이해하는 것. 이거 만큼 사랑을 제대로 하는 건 없다. 그 사람 자체를 내게 맞추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이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이 시작이며 사랑의 끝이다.

다섯. 대학 생활에서의 공부. 생각보다 재미를 못 붙였다. 1학년 때는 과고 베이스로 인해 4점대의 높은 학점을 유지하기도 했지만 연애한답시고 혼자 더럽게도 아파한답시고 공부도 다 때려치고 모두 다 때려치고 방 구석에 처 박혀 농구만 하면서 지냈던 작년 학점은 3점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내 스스로 변화를 꾀한 2학기 때는 조금 올릴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제대로 공부해서 과탑하자. 시작하면 끝을 보는 내 성미에 못 할 게 뭐가 있냐.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뭐라도 못할까.

여섯. 대인 관계. 역시 성격상 그리 넓지 않은, 정확히는 매우 좁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다. 인간관계가 넓다는 건 매우 부러운 일이긴 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 만났을 때 모른 체 지나가면 너무 가슴이 흉흉해서 오히려 좁은 게 낫다는 생각에 시작한 인간관계였는데 이제 와서는 수천만배 후회된다. 차라리 모르더라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알았으면 지금 나도 훨씬 더 행복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정신 차리고 지금이나마 하고 있는 행동들이 그나마 좁은 인간 관계를 유지시키고 있다.

쓰고 싶은 말이 글이 정말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많은데 막상 튀어나오지가 않는다.

요즘 걱정하는 건 당연히 한 사람 얘기다. 정말 관심은 있는 걸까 수십번 생각해 보기도 하고 언제쯤 더 친해질 수 있을까 고민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일까 옛 추억들을 더듬어 보기도 한다. 근데 난 왜 좋아하고 있는걸까? 아까 일기를 보니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는 이유 중 80%는 정말 그 사람이 좋아서 그런게 아니란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싶은 마음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나도 그런가? 사람을 보는데 첫인상을 중요시 하는 나는 처음 이 사람을 볼 때 굉장히 맑은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혹 모른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지도. 암튼 첫인상은 그렇게 좋게 다가왔고 친해지고 싶었으나 친해질 구실이 정말로 없었고 소심한 성격에 말을 걸지도 아는 체로 인사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리고 지난 2학기 때는 얼굴보차 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나도 바깥 생활을 안 한 티가 팍팍 난다. 다 귀찮았거든. 사는 것조차도 자는 것조차도. 생각해보면 어떻게 좋아한다는 말을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 태어나서 그 누구에게도 초면에 널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연애를 해 본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면서도 그렇게 덥썩 말해버렸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도 놀랐다. 나와 많이 비슷한 거 같다. 그래서 더 감싸주고도 싶고 의지하게 해 주고 싶다. 아. 누군가 그랬다. 좋아하는 이유를 따지는 건 어리석은 거라고. 좋아하면 그걸로 됐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는 나중 얘기라고. 그래, 이유를 생각할 순간조차 아까울 정도로 좋아한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말 못하는 버릇은 여전하다. 괜히 관심 끌려고 괴롭히기나 하고. 문제는 성급하다는 거다. 어느 시기에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 이미 안다. 직, 간접 경험상 알고는 있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감정이 지배하기 시작하면 모든 게 그냥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모르겠다. 이제 생각들이 정리가 되는게 아니라 막 뒤섞이면서 글이 점점 바보가 되어 간다.

일곱. 난 사람들을 정말 잘 기억한다. 그래서 뒤따르는 아픔이 상대적으로 크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날 스쳐간 사람들 중 80% 이상을 기억한다. 이름이며 뭘 잘 했고 어떤 추억들이 있는지. 근데 난 어느 모임에서건 존재감이 없었다. 그냥 조용히 있다가 조용히 사라지고 가끔 대화에 추임새를 넣는 엑스트라 역할. 그래서 난 그들을 기억할 때 그들이 날 모를 때 아프고 또 아프다. 어떻게 보면 정말 대단한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픔 때문에 아는 사람마저도 그냥 지나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울고 싶다. 아니 자고 싶은 건가. 눈물이 글썽이네.

내일은 또 무슨 일들이 있을까. 어떻게 지내야 할까. 이젠 이런 고민따위는 안 한지 오래다. 순간 살아가기에도 힘든데 쓸데없이 생각하면 병난다. 예전처럼. 생각해보니 이런 적 정말 많다. 항상 가장 친했던 친구들과 이별을 맛 봐야 했던 나로서는 가슴이 미어지고 문드러질 정도 아픈 적이 많았나 보다. 쌓인게 많구나.

글 정말 산만하다. 하긴. 손에서 나오는 데로 최대한 백스페이스키를 안 눌러가면서 쓰다보니 더더욱 그렇다.

휴대폰 고쳐주려고 언제 나가서 뭘 해야 할 지 생각 다 하고 지도도 다 알아봤는데 또 태클 당했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성급했구나. 지금 기분이 술 먹고 헤롱헤롱한 딱 그 기분이다. 그래도 언젠가 이런 두서 없지만 내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풀어내고 싶었다. 누군가 읽던 말던 상관없다. 여기 적힌 모든 건 하나 부끄럽지 않으니까.

결론은 또 이거네. 현실은 냉혹하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