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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언제나 그랬듯...

phychic 2005. 4. 14. 21:36
#1. 난 오늘도 컴퓨터 앞에 헤드폰을 끼고

반복되는 노래를 들으면서 앉아있다.

수업 후에 하는 농구한 뒤의 땀과

홀로 수저를 들어 저녁을 먹는 나.

무얼 할 지 몰라 두리번 거리다가 할 게 없어 고민하다

잠을 자려 누우면 몇 시간이고 뒤척이는 나.



#2. 오늘은 농구가 별로 재미가 없었다.

농구를 하고 있을 때마저도 외톨이다.

내게 오는 패스도 없고 공마저 내 손을 빠져나간다.

쏘는 슛마다 림을 벗어나가고

난 또 탄식하며 경기장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3. 후유증인지 허리가 매우 아프다.

오른쪽 허리가 그냥 앉아있어도 지끈거린다.

평생에 이런 적은 한 번인가 있었는데

그것도 운동하고 나서 아픈 건 이게 처음인 듯 싶다.

허리를 접질린 기분이라고 할까?



#4. 오늘은 블랙데이란다.

어떤 멍청한 놈이 그런 날을 정했는지 모르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학생들은

중국집에 자장면을 시켜먹기가 일쑤다.

획일적인 인간상.

남들이 한다고 하면 다 해야 하는 건가.

그건 바보같은 짓일뿐.



#5. 이제 벚꽃이 바람에 흩날린다.

잎이 한 장씩 바람을 타고 땅으로 주저앉을 때

그 짧은 며칠의 아름다움을 위해

일년을 견뎠을 저 벚꽃이

난 정말 위대하게 느껴졌다.

벌써 벚꽃은 다음 해를 위해 새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멋있는 놈이다. 멋있는 놈.



#6. 그제부터 저녁이 되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앉아만 있었다. 그냥 방을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같은 홈페이지를 수십번이고 들어갔다 나왔다는 반복했다.

지루함의 반복이 계속되지만 할게 없는 난

언제나 그랬듯 제자리다.



#Epilogue.

이제 내일이 오는 게 무섭다.

내가 침대에서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려고 준비하면

사방에서는 잘 짓누른다. 외로움과 적막과 건조한 공기마저도.

실타래가 엉켜있으면 그걸 풀어내기보다는 급한 성미에

항상 가위로 잘라버렸던 나는

지금의 내가 가진 그 가위는 날이 무뎌져 버렸다.

아무리 가위질을 해도 실타래를 빗겨나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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