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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가지 생각들

일흔아홉 - 뜻하지 않은 입원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6. 28. 11:23

# 초등학교 2학년 때 이후로 입원은 달나라 이야기였는데 기어코 일이 터지고 말았다. 농구 도중에 가격 당한 내 코는 양 쪽 모두 세 조각으로 부러져서 수술하는 전문의마저도 자신 있게 넘어가질 않더라. 일주일 넘게 입원해 있었는데 그게 단지 코 하나 때문에 벌어진 사태라 몸이 좀 쑤시듯 근질거려 죽을 지경이었다. 전신 마취제를 흡입할 때 느꼈던 역겨운 냄새도 짜증났지만 콧 속에 박힌 스펀지를 교체할 때 느껴지는 위압감은 정말 다신 반기고 싶지 않은 것이리라. 피가 목 뒤로 넘어가고 코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는 것조차 제한된 상황에서 어찌나 파괴 본능이 내 속을 꿈틀대던지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덕분에 참 요상하게도 학교 졸업을 한 것 같다. 다친 날 저녁은 친구 녀석들과 가볍게 술 한 잔 하면서 실컷 떠들고 싶었는데, 그리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을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세상은 역시 생각했던 것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재미있고 흥미롭다.

치료 기간은 적어도 4주 동안이 걸린다고 했다. 한 주마다 정기적으로 진찰 받고 코에 스플린트를 한 채 버텨야 하는 4주. 안경도 제대로 끼지 못한 채 며칠 째 생활. 운동 좋아하는 놈이 몸을 제대로 쓸 수가 없으니까 답답하다. 뱃살은 그 맘도 모른 채 차곡 차곡 쌓이는 데 여념 없다. 그래도 몇 달 만에 온 집에 있으니까 편안하고 아늑하다. 당분간은 마음 편히 지내면서 다음 계획을 세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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