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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가지 생각들

여든 - 무제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7. 21. 00:06

# 잘은 모르겠지만 매번 글을 쓸 때 썼던 글을 지우거나 글 쓰는 걸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글을 쓰다가 글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거나 물 흐르듯 떠오르지 않을 때는 내가 지금 뭘하고 있나 라는 생각에 한참을 잠겨 있다 창을 닫아 버리기가 일쑤다. 무엇을 정리하고 싶다거나 무슨 일에 관한 짤막한 말들을 끄적이고 싶어서 글쓰기를 시작하면 10분도 채 안 돼서 쓰던 글에 집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쓰고 있는 글자 하나 하나에 집중을 하다가 글 내용도 사라지고 시간만 허비해 버란다. 이런 게 몇 번 반복되다 보니 갈수록 글 쓰는 데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쉬운 글이나 일상 내용을 담은 글도 이게 지금 잘 하는 짓인가 반문하는 순간 마치 모래 위에 쌓아둔 성이 파도에 단번에 휩쓸리는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역시 언제고 글 쓰는 일은 쉽지 않다. 창작하는 데에 강박증이 있는 건 아닐까.

부러진 코는 지난 주 마지막 진찰을 통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음을 알게 됐다. 의사는 한 주 정도만 지나면 평소대로 생활하면 된다고 했지만 느긋느긋하게 기다릴 성격이 못되는 지라 샤워하면서 코도 깨끗이 씻고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코 운동도 했다. 그래도 운동은 가급적 하지 않고 있으므로 큰 일은 없을 듯. 다치고 나서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간건가. 집에 있으면 시간 관념이 없다. 항상 보던 환경이고 익숙한 느낌이라 긴장감이 없어 하루 하루 지나가는 시간이 절박하다거나 안타깝지 않게 느껴진다. 마치 우리 안에서 사육 당하는 동물들처럼.

사실, 지금도 산다는 것 자체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지금 있고 설령 그걸 못해도 그리 불만족한 느낌은 없다. 남들처럼 돈을 많이 벌어야 겠다거나 유명해져야 겠다거나 하는 일종의 보편적인 목표 의식이 없기 때문이라면 하나가 이유가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더 많이 알고 싶고 더 많이 생각하고 싶고 더 많이 다뤄보고 싶은 의식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뿌리내려져 있다. 그리고 커다란 목표는 내가 죽을 때까지 큰 걱정 없이 알아가고 느끼고 생각하고 공유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반복해 나가는 것이다. 세세한 것들, 예를 들어 결혼이나 유학, 취업 등에 대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갖는 생각 등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 경험상 스스로가 원하면 어떻게든 이뤄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굳이 욕심 내어 물질을 탐내고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쥐어 잡는 노릇을 일차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결론적으로, 오늘 글도 내 자조적인 느낌이 강한 결심, 비스무레한 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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