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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가 태어난 지 벌써 20일이 되는 날. 많은 이벤트가 있었고 다행히도 콩이는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항상 함께 하는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이다.

1. 병원에서의 5일
- 모자동실과 제왕절개는 산모와 보호자를 많이 힘들게 한다. 아직 거동이 불편한 산모라 직접 걷고 움직이는 모든 걸 전적으로 도와줘야하는데 갓 태어난 신생아가 옆에 와서 울고 밥을 먹이고 재우는 것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건 기대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내 자식이라 그런건지 모든 체력을 끌어내서 버티고 버티다보니 시간은 가더라. 괜히 챙겨간 인스턴트 식사 때문에 더 고생했지만 딱 버틸 수 있는 시간, 5일이었다. 6인실에서 다양한 산모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오갔고 애기들은 새벽마다 울면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게 했지만 거기서 피어난 끈끈한 부부의 정과 새생명에 대한 고귀함을 몸소 체험하는 귀중한 순간들이었다. 그래도 제왕절개한 산모에겐 걷고 난 다음에 모자동실 시켜주면 어떨까 싶다.

2. 조리원은 천국?
- 드디어 조리원을 입소한 날. 병실에서의 좁디 좁은 침대에 구겨잤던 시간들에서 해방되어 푹신한 침대에 몸을 누인 날이 천국처럼 느껴졌다.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왔는지 침대에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곤히 잠을 청했고 얼마 동안은 먹고 자는데만 모든 신경을 썼다. 조리원이 고급은 아니었지만 밥은 맛있어서 아내 식사도 큰 걱정이 안됐고 아기도 잘 적응하는 걸로 보여 마음 놓고 지낸 3일이었다.

3. 집에서 할 일은 끝이 없네
- 콩이가 집에 올 그 날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빨래를 시작으로 방 청소와 걸레질, 장보기, 기저귀 갈이대 조립, 침대 세팅, 욕조 준비, 수유시트 세탁, 젖병 세척 및 소독, 화장실 청소 등등 해도해도 계속 생기는 집안일은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하이라이트는 베란다 곰팡이 청소. 몇 년을 묵힌 곰팡이를 어머니와 하루 만에 없앤 그날은 정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고된 시간이었다. 아스토니쉬를 한 통 이상 사용하고 도 모자라 락스까지 발라가며 닦아냈던 곰팡이들. 이후 새 집처럼 하얘진 베란다를 보면서 가끔 나의 게으름을 반성해보곤 한다.
- 태어나서 처음 해 본 출생신고. 드디어 나도 자녀가 생겼다. 내가 아빠가 된다니 실감이 날 것 같으면서도 아직은 낯선 느낌이다. 내가 지어준 이름이 앞으로 세상을 배우고 이해하여 밝은 사람으로 거듭나는 아들로 자라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콩이야, 사랑해.

4. 콩이가 집에 왔어요
- 아들이 드디어 집에 왔다. 혼자 맞이하는게 무서워 어머니께 부탁하고 함께 콩이를 본 날. 낯설었을텐데 잘 적응해줘서 너무 고마운 날이다. 온전히 도움 없이 밥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 갈아준 첫 날은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더라. 잠도 잘 못자는 상황에서 아내와 아둥바둥 콩이 케어에 온 힘을 쏟고 나니 쪽잠 시간이 그렇게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약간의 어머니와의 마찰로 몇 년 만에 울어보기도 했는데 이런 것들은 나중에 시간이 해결해줄거라 믿는다. 이후 장모님도 오셔서 많이 돌봐주신 덕분에 콩이는 오늘도 엄청 잘 먹고 잘 자고 힘내서 자라고 있다.

5. 엄마가 되어가는 아내
- 옆에서 바라보는 아내는 대단하다. 수술로 힘들었을텐데 젖을 물리고 시간마다 유축을 하고 안아주고 보듬어주면서 잠도 못자는데 별로 불평이 없다. 잠깐 조리원에서 수유가 맘대로 안되어 실망한 날도 있었지만 금방 회복해서 콩이를 키우고 아끼는 모습에 아내가 좋은 엄마가 되어간다는 걸 느꼈다. 힘들텐데 웃어주고 잘 먹고 건강하게 회복하고 있어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엄마가 된 걸 축하해. 콩이와 함께 또 즐거운 시작과 행복한 날들을 많이 만들어보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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